걸스플래닛 999 논란 2 : 공감되지 않는 눈물
- 오피니언 / 성은정의 문일침화
- 2021. 9. 28.
"또 즙이냐"
즙(汁)이란 고기, 채소 등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 물체에서 짜낸 액체나 농축액을 이르는 말이다. 흔히들 주스라고 일컫는 바로 그 단어다. 하지만 이 단어는 TV 프로그램에서 한창 감성 코드가 유행하던 시절에 뜬금없는 타이밍에 슬픈 분위기를 몰고는 모두가 눈물을 흘리는 연출이 잦아지면서 이에 지친 시청자들이 눈물 대신 '즙을 짜낸다'라고 힐난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는 걸스플래닛 999에 고스란히 터져 나왔다. 슬퍼도 즙, 기뻐도 즙, 성공해도 즙, 실패해도 즙이다. 눈물은 서바이벌에서 필요한 소금과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힘든 역경과 고난을 그대로 상징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금과 마찬가지로 너무 과하면 독이 되어 음식 맛을 다 망치는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지금 걸스플래닛 999의 상황은 '소금소태'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눈물을 흘리면서 운다는 행위가 그리 예쁜 얼굴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이겠지만 지난 방송에서 량지아오와 량치아오 쌍둥이의 눈물은 부담스럽기만 했다. 참고 참다가 흐르는 눈물이 아닌 얼굴을 찡그리며 통곡하는 모습은 오히려 불쾌감을 주기에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무대가 나와도 결론은 눈물이라는 걸 알면서 프로그램의 감동이 짜게 식어버리기에 충분하다. 1회 시청률이 0.461%이라는 역대 최저로 시작했던 걸스플래닛 999는 막판을 향한 8회가 되었음에도 고작 0.858%(5회)의 기록이 전부다. 한 번도 시청률 1%를 넘지 못했고 심지어 1차 순위 발표식에서 실력 있는 한국 멤버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종영 때 까지도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아직도 아이돌 선발 방식을 뻔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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